일본인들의 여유와 웃음.
제작 무라카미 고이치
감독 모토히로 가쓰유키
각본 기미즈카 료이치
촬영 후지이시 오사무
편집 마쓰오 히로시
음악 마쓰모토 아키히코
출연 오다 유지, 야나기바 토시로, 후카쓰 에리
수입 제이넷 이미지
배급 CJ 엔터테인먼트
제작연도 1998년 상영시간 120분 등급 12세 관람가
"네 영화평은 항상 난도질 영화평이야! 또 이 영화를 어떻게 요리하려고.."
"최근 몇개월간 너가 재밌었다고 한 영화 있었어?"
필자가 자주 듣는 말이다. 하..어디 나라고 영화를 항상 무참히 난도질하고 싶겠냔 말이다. 핑계인거 같지만 요즘 본 영화중 정말 괜찮은 영화가 없었다. 여름이고 바야흐로 블럭버스터의 계절이다. 내가 그리도 좋아하던 블럭버스터 말이다. 그러나 나도 늙었는지 이제 더이상 블럭버스터가 통쾌하지도, 유쾌하지도 않단 말이다. 음..그랬더란 말이다.
그러다 이 영화 [춤추는 대수사선]을 만나게 되었다. 어떤 이유에선지 개봉하기도 전에 개봉날만 손꼽아 기다려왔다. 일본 관객 700만명..14개월 장기상영...일본 최고의 영화..등의 수식어등이 더 이 영화를 기다리게 만들었다.
일단 각본을 쓴 기미즈카 료이치라는 사람을 칭찬하고 싶다. 이 영화는 정말 아주 잘된 각본에서 출발하고 있다. 영화는 세가지 사건을 다루나 흔히 생각하듯이 영화가 세부분으로 나뉘어지지는 않는다. 각각이 다른 사건인것 같아보이지만 묘하게 얽혀있다. 경찰청 부국장 납치사건이라는 하나의 커다란 사건에 나머지 두 사건이 양념으로 버무려져있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저기 세심한 손길이 보인다. 영화에 등장하는 소품, 설정 하나하나가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꼼꼼하고 빈틈없는 구성이 이 영화에 감동을, 또 기발한 웃음을, 또 끊임없는 의문을 가져다 준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정작 감탄한 것은 일본인의 웃음이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일본은 얼마나 각박한 세상인가..좁디 좁은 땅에 기막히게 지어놓은 건물과 몇평 안된는 집에 사는 사람들, 비싼 물가, 언제나 실리만을 추구하는 사고방식, 그리고 그런 사고에서 창조되는 여러가지 아기자기한 상품들과 문화...
그런 일본영화가 일본 관료주의를 비판하는 영화를 만든다니 얼마나 심각한 영화가 나오겠는가... 그러나 이 영화는 나로서는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여유와 위트를 가지고 일본 관료사회를 꼬집는 초강수를 보인다. 영화는 결코 무겁지 않으며 웃음과 무게의 절묘한 조화를 보여준다.
어떻게 보면 숨막히는 일본의 관료사회가 이러한 탈출구를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실생활에서 찾지 못하는 삶의 여유를 영화에서 표현한 것이란 얘기다. 마치 프랑스인이 자신들이 할 수 없는 불륜이나 기타 상황들을 영화에 옮겨놓고 대리만족을 하듯이 말이다. 음..물론 너무 심하게 비약한것 같지만 비슷한 마음이 아닐까.
영화는 뛰어난 표현미를 보여준다. 화면의 아름다움과 사운드의 절묘한 절제, 극히 계산된 전개에서 나오는 시원한 유머등 정말 이 영화는 자유자재로 관객의 감정을 뒤흔든다. 웅장한 음악과 느린 화면전개로 장엄함을 느끼게 하다가도 한순간에 상황역전의 코미디를 보여주기도 하고, 순간 박진감을 느끼게 하는 빠른 화면전개를 하기도 한다. 화면을 흑백으로 바꾸어서 한 색깔만을 강조시키는 화면기법을 사용하기도 하며, 카메라 또한 다양한 구도의 화면을 보여준다. 사운드를 적절히 잘 절제함으로 인해 관객은 극도로 집중하기도 하고 한순간에 웃으며 뒤집어지기도 한다.
물론 이 영화만의 독특한 기법을 찾아볼 수는 없다. 그러나 마냥 신기한 것은 정말 여러가지의 기법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것 하나도 영화와 어울리지 않는 것이 없다는 점이다. 감독의 재량이라고 보고 싶다. 코미디에 어울리지 않을 법한 요소를 코미디에 과감히 사용하여 성공한 것이다. 그렇다 일상의 모든 소재들이 웃음과 연관이 있는 것이다. 결국 하나의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라는 시각차이가 아니겠는가. 이런 이유로 영화를 보는 관객의 감정은 감독의 의도대로 마구 휘둘려진다. 춤추는 대수사선을 보는 관객의 마음은 말그대로 춤추는 대감정선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관객의 마음을 휘두르기 위해서 엄청난 제작비도, 현란한 특수효과도 필요치 않다. 사람들의 마음을 얼마나 깊이 꿰뚫어 볼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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